열심히 공부했는데도 불구하고 3월 학력평가 성적이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아 힘드신 상황인 것 같네요
공부하면서 공부하는 만큼 내 실력이 향상되는 것 같지 않다고 느끼는 게 가장 힘든 일 중 하나죠...
그런데, 슬럼프는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겪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골프선수 박세리씨는 "쉬는 법을 몰라서" 슬럼프를 겪었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요,
이런 것처럼 지치고 힘든 상황에서는 잠깐 쉬었다 가는 것이 때로는 더 멀리 가기 위한 준비가 될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수능은 이전까지의 내신 시험들과는 달리, 11월까지 긴 수험생활을 보내야합니다. 달리기만 했다면 잠시 걸을 수도 있는 거죠.
이렇게 꽃이 피고 날씨가 좋은 요즘, 오히려 잠깐 쉬어가기 가장 좋은 순간이 아닐까요?
가족과, 친한 친구와, 혹은 혼자서 잠깐 햇볕을 쬐며 공부는 잠시 잊어버리고 산책하면 좋은 기분전환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의사가 되겠다’는 목표 말고, ‘의사가 되서 무엇을 하겠다’는 목표를 말해보세요. 그게 구체적인 게 떠오르는 게 없다면, 학생은 어쩌면 문제집을 손에서 내려 놓고, 영감을 줄 수 있는 자유로운 독서를 해야할 때일 수 있습니다. 그것도 지금 당장요.
‘슬럼프’는 게으른 자의 핑계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경우도 없지야 않겠지만, 제 경험으로는 열심히 달려온 학생의 슬럼프는 자신이 ‘이렇게까지 공부해서 좋은 대학 또는 의사가 되야 하는 이유가 뭐야?’, ‘난 사실 더 창조적이고 싶어, 더 낭만적이고 싶어’, ‘난 더 감정적이고 싶어’라는 은밀하고 강렬한 질문일 수 있어요.
제가 망설이던 일을 선생님께서 강력하게 하라고 말씀하시니 더 이상 거리낌 없이 문제집들을 내려놓고 책을 잡아보려고 합니다. 공부는 하는데 정작 제가 하고 싶은 것이 없어 많이 회의하고 있었습니다. 명사가 주는 힘은 약하다고, -한다 라는 동사가 필요하다는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나 오늘 학교 점심시간에 도서관에 갔었습니다. 빌려온 책을 꼭 읽고 싶었는데 마침 엄청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선생님께서 당장 책을 잡으라고 해주셔서 이제 마음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네요. 아직도 선생님 같은 이런 말씀을 해주시는 분이 계셔서 참 감사할 따름입니다.
(스스로 하고 싶은 것, 삶의 이유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은 항상 했습니다. 그건 책에서만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래서 사실 항상 책들이 그리웠습니다. 그런데 세상은 대학을 요구하고 일단 계속 뭔가를 하라고 부추깁니다. 오죽하면 제 나름대로 세운 제가 공부하는 목적이 즉, 목표가 ‘수능 치고 도서관에 상시거주하는 지박령이 되는 것’이었죠. 지금 다시 생각하면 순서가 잘못되었네요. 더 늦기 전에 바른 방향을 찾았고 제 판단을 확신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
@Bordo
도서관 지박령 :D 멋진 친구군요!!!
맹자는 '大人이란 오직 세태에 관계없이 자기를 바르게 함으로써 주변의 모든 사물이 바르게 되는, 그러한 인물이다'고 하였습니다. Bordo님이 책을 읽는 건, 대학이라는 목표에 대한 회피나 잠깐의 머리식힘 정도가 아니라, 그렇게 '자기를 바르게 함'일 거라 생각이 듭니다. 자신을 믿고, 또한 자신을 믿을 수 있을 만큼 스스로에게 약속을 지켜가는 그런 큰 사람의 길을 걸으세요. Follow your Bliss.
@황준규
해주신 말씀을 곱씹어보며 생각했습니다. 어제 치룬 4월 모평을 앞두고 정말 제가 책을 읽고자 하는 이유가 목표에 대한 회피가 아닌지 스스로 수천만번은 물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자신을 바르게 하기란 참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이것저것 고민거리가 생겼는데요. 그 중 하나가 이겁니다. “대인의 특징 중 하나가 자신을 믿고 그럴 수 있게끔 노력한다는 점이라면 스스로와의 약속조차도 지키기 어려워하는 소인에게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어떤 노력이나 mindset이 필요할지 궁금해진 한 소인이 질문드립니다.
@황준규
오 제가 이분법으로 이걸 접근했네요! 얽히고 섥혀서 악과 선으로 나뉠 수 없는 세상에서 아직도 저 사고방식을 못 버렸나 봅니다. 관점을 더 넓게 보니 선생님께서 해주신 Goethe의 말이 이제 이해가 가네요.
그리고 답변해주신 대로 자신을 믿는, 바르고 철저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늦은 시간에 답변 감사합니다.🙏
학기초에 비해 의욕이 조금씩 줄어드는 거 같고
3평 이후에 약간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이 더해져서 힘드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
다들 슬럼프 극복 어케하시나요?
꽃도피고 날씨도 좋고 하니까 자꾸 의욕이 떨어지는 거 같네요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