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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법국어를 나름 잘한다고 생각해왔는데, 어떻게 나아가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특기가한국어
2023-05-06
조회수 1266

국어공부를 할 수록 제가 아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뿐이라는 생각이 들어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국어에서 작년 6,9월 백분위 100, 97, 수능 3등급 맞고 다시 공부하고 있는 재수생입니다.

원래 어릴때부터 책 많이 읽은 부류에 속하는 편이어서 기본 베이스는 탄탄한 편이었고 공부 안해도 항상 점수가 나오는 편이었습니다.

작년에 처음 제대로 수능국어 공부를 시작하게 됐는데, 6월까지 기출 지문을 스스로 한문장 한문장 이해하면서 독해력을 늘려왔고 실력이 금새 느는것이

눈에 보이던 시기를 보냈습니다.

이후 6월을 어느정도 잘보긴 했으나 비타민K 13번 문제에서 패닉이 왔던게 아쉬움이 남았었고 사상적 공백이란 단어가 눈에 안들어와서

'실수 했네' 이러고 지나갔었죠. 13번 문제를 못푼 것때문에 문학에서도 멘탈이 흔들린것도 불안요소 였습니다.

9월까지 공부는 ebs 연계 공부를 시작하고, 시간에 맞춰 문제를 푸는 연습을 시작했고 최근 개년 기출문제를 모두 설명할 정도로 독파한후에

리트를  공부하는 단계에 갔구요.

긍정 발문과 부정 발문을 헷갈리는 실수나 지칭 대상을 잘못 표상하는 실수들이 간혹 나왔으나 실력으로는 안틀린다는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9월에는 웬걸 문학 언매는 다 맞고 자신있던 비문학에서 3개인가 틀렸더라구요.

아도르노 비판형 문제에서 아도르노가 무조음악을 고평가하는 이유를 머리속에서 잊어버리고, (나) 지문의 내용에 완벽히 몰입해서

"그래 너무 예술을 좁게 보잖아" 이러면서 쉽다 생각하는 문제들을 틀리고 유류분 적용문제에서 분수 잘 계산하다가 뜬금없이 5번선지로 가더니

A가 지칭하는 상속물을 까맣게 잊었죠.

그래도 실수만 안하면 다맞을 수 있다는 생각과 공부하던 중 23년 리트를 풀고 다 맞추었었는데(물론 70분만에 푼 것은 아닙니다.)

그 어렵다는 리트를 풀어도 틀리지 않을 정도로 독해력이 있다는 자만에 취해 반성도 소홀히 했고, 국어 공부 자체도 후순위로 미뤄졌습니다.

수학 킬러문제 푸는 재미에 빠져 하루에 몇지문 제대로 분석하지도 않고, 점점 풀었을 때 제대로 독해하지 못하고 틀리는 문제들이 늘어가는데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리트 문제니까 틀릴 수 있다'라는 식으로 넘긴 듯 합니다.

그렇게 마지막을 보내고 수능 현장에서 들어갔습니다.

긴장감에 압도되어 어떻게 읽는지도 모르게 문제를 풀어나갔고, 체감하기에는 쉽다고 느꼈습니다. 시간이 남았지만 중세국어 37번이 도저히 답이 안나와 적당히 찍고 그렇게 1교시가 지나갔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나와 폰을 부모님께 돌려받고 가채점을 하는 순간, 2번부터 답이 다릅니다. 가채점표에 비가 내리길래 홀짝수형 잘못보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이더라구요.

늘 나오던 실수들이 극대화되어서 나왔습니다.

(전건 조건 잘못됐다고 생각했는데 까먹고 후건의 내용이 이해한 것과 맞아떨어지니 바로 정답으로 표시를 한다거나, 관계없는 내용이 들어간것이 필터링 된다거나 하는 등등)

고민했던 37번 문법문제는 보기에서 답을 안찾고 선택지에 있는것만 쳐다보고 있어서 틀린 말도 안되는 것이었고, 살아생전 처음으로 어휘문제도 틀려봤습니다.

'수능이 끝난 직후에 생각한 문제점은 작업기억이 부족해 까먹으니 정보를 모델링하는 것을 다시 해야겠다'였습니다.

그래도 시간은 흐르고 3월이 되었고, 냉정하게 다시 시험지와 대면하니 완전한 실력 부족 이해 부족이었습니다.

제가 완벽히 이해했던 지문과 내용을 잊어버린 지문을 비교해보니 핵심이 되는 키워드를 기준으로 읽었는지 아닌지 였고, 이에따른 장악력의 차이가 컸습니다.

제대로 지문의 정보들간의 관계를 연관 지어주지 못했고 선지가 지칭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놓쳤으며 6,9월에 했던 실수를 반복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시험이 쉬웠던것은 운이 나빴다고 볼 수도 있으나 내용을 돌아보니 변명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이런 피드백들을 토대로 

'분야별로 인문예술은 드러나는 사상과 세계관의 이해, 사회지문은 현상과 그 이면에 있는 원인•각 요소들과 효과의 인과관계, 과학기술은 원리에 대한 이해가 가장 주된 골자이고

지문에서 도입부에서 어떤 것에 집중해서 읽어야 할 지 기준을 잡고, 정의가 제시되면 그대로 받아들여 이후의 내용을 이해하는 토대로 삼는다.

분류가 주어지면 공통 차이점에대한 비교대조를 기준으로 독해한다, 과정이 주어지면 인과관계를 반드시 이해하고, 사례가 제시되면 지문 내용을

기준으로하여 적용하며 읽는다.

그리고 단락이 전체 글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논지의 흐름이 어떠한지를 파악하며 읽는다'

와 같은 기준을 세웠습니다. 여기서 더할 것도 뺄것도 없다 생각했지요.

여기에 문학도 쉽게 출제되어서 문제가 되지 않았을뿐 항상 찜찜함을 느끼던 차에 교과서를 훑어보고 기출문제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뽑아내니

어떤 것들을 중점적으로 봐야할지 선명해졌습니다.

하지만 이런 원칙들을 찾아내고 실제 이것을 해나가는 과정에 있어서가 문제였습니다.

문학은 풀이시간이 너무 오래걸리고, 비문학 역시 풀이시간도 문제인데다 제대로 읽고 있는것인지 원래의 방식으로 뭉뚱그려 읽는 것이 아닌지가

계속 의심되었습니다.

이렇다보니 일단 빠르게 읽고 문제를 푼 다음 제대로 시간들여서 분석해보자라는 마음이 들어 시도해봤지만, 제대로 읽고 있는지 아닌지는 더 불분명하고

다시 읽어보는 것도 고역이라는 느낌입니다.

읽은 지문을 바로 다시 보는것이 거의 아는 것을 다시 들춰보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기분이 들고 하다보니 마음적으로 힘이 듭니다.

어떻게 읽어야하는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고 풀면 문제는 맞추지만 이렇게해서 수능의 압박감을 이겨낼 수 있을지도 회의적이고...

너무 정량적인것에 집착하고 있는것인가? 바닷물을 마시고 있을뿐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렇기때문에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분명 알고 있는데 모르는... 어떻게 나아가야 할 지 막막해서 장문의 글을 남기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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