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메디친에서 대학생 멘토로 활동하고 있는 SongT입니다.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좀 바빠서 잘 들어오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올린 질문들을 또 읽어보면서 제가 할 얘기가 몇 가지 생긴 것 같습니다.
#1
우선 바뀌고 싶다는 건 좋습니다. 여러분이 어떤 문제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어떤 글을 읽다 보면, 그 사람이 바뀔 의지가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바뀌고 싶다고 얘기는 하는데, 여러분이 마주해야 하는 문제는 피해간 채, 다른 것들만 묻고 있을 때가 있습니다.
무슨 얘기냐고요?
고1 때까지는 성적이 잘 나왔는데, 고2가 되어서 갑자기 성적이 떨어진 학생이 있다고 해봅시다.
고1 때까지는 공부를 대충 해도 성적이 잘 나왔는데, 고2가 되어서는 밥 먹고 공부만 해도 성적이 안 나온다고 합니다.
이 친구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역시 공부를 적당히 해야 성적이 잘 나오는 걸까요?
아뇨. 이 친구는 중학교 생활이 어땠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겁니다.
분명 이 친구는 중학교 때 남들보다 열심히 공부했을 겁니다.
그 열심히 공부했던 뇌 용량을 가지고 고1을 살아온 거죠. 그러니까 고1은 편하게 살아도 성적이 잘 나왔을 겁니다.
그런데 이 친구는 고1 때 다른 고1들보다는 열심히 안 했을 겁니다.
그러니 고2 때는 자신이 중학교 때 했던 노력을 다른 친구들이 이미 다 따라간 상태가 되어 버린 거죠.
여러분이 잊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있습니다. 내신은 어쨌든 경쟁입니다.

남들보다 성적이 더 잘 나오고 싶다면, 적어도 남들 하는 만큼, 아니 그 이상을 해야 하는 겁니다.
정말로 여러분이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성적이 안 나왔다면,
여러분이 이때까지 공부를 어떻게 해왔는지부터 얘기했을 겁니다.
"나 진짜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 자신할 수 있는데요"라고 얘기하는 건 허울에 불과하죠.
저렇게 말하는 친구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보다 성적이 좋은 친구들이 어떻게 공부해왔는지 들여다 볼 생각은 했나요?
[SongT's PDF] Past: 약간의 광기
#2
성적이 바뀌고 싶다고요? 이때까지 무엇을 했길래요?
남들이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지 알아볼 생각은 하지 않으면서,
의대를 갔던 여러분의 선배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자신이 하고 있는 공부에 몰입했는지,
어떻게 그렇게 몰입할 수 있었는지 궁금해하지는 않으면서,
무슨 비법 같은 거 있는 거 아니냐고요? 그냥 머리가 똑똑해서, 자기가 잘나서 그런 거 아니냐고요?
그러면 공부 같은 거 왜 합니까. 비법 알아내면 되고, 머리 똑똑하면 되는 것을.

여러분을 비난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의 질문 속에는 여러분의 다음 행동을 결정지어버리는 무시무시한 힘이 있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거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대치동에서 무슨 엄청난 공부 잘하는 비법 알아서 그런 거 아니냐고 묻는 학생들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학생들은,
'공부 잘하는 비법' 그거에 매몰되어서
자신이 알고 있는 거 가르쳐주는 선생님은 쉽게 무시해버리고,
문제 빨리 풀어내는 방법 알려주시는 선생님에는 그렇게 환호하고,
대치동 1등급들이 풀었다는 문제집에, 들었다는 선생님에 열광하며 듣다가,
결국 돌아돌아 N수 하고 한참이 지나서야 '아, 그런 거 없구나'하고 깨닫게 됩니다.
거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머리가 똑똑해서, 원래부터 잘난 사람이라서 그런 거 아니냐고 묻는 학생들은,
공부를 열심히 하려는 시도조차 안 한채, 실패에 대한 역치만 무지하게 낮아져서
조금만 뭐 안 된다 싶으면 "역시 난 머리가 돌덩이라서 안 되나봐"하고 자신을 비하하고,
그렇게 비하하면서 패배감, 허무함만 자리잡은 채로 세상에 대한 원망을 쌓아가게 됩니다.
'성적이 바뀌고 싶다'는 욕망을 얘기할 때, 제발 그 뒤에 숨어있는 자신의 문제점부터 깊게 들여다 보세요.
여러분이 성적을 바꿀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었다면,
"나 이제부터 진짜 열심히 할 건데요, 뭐부터 하면 되나요?"라는 식으로는 질문하지 않았을 겁니다.
"이제부터 진짜 열심히 해야지." 이런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죠. 그래서 무엇을 하실 건가요?
그게 준비되어 있지 않은데, 어떻게 열심히 할 수 있습니까.
[SongT's PDF] Problem, so what?
#3
"공부는 엉덩이 싸움이다."

언제부터 내려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역사와 전통만큼은 유구한 이 말이 있습니다.
저는 저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내가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공부해야 할 이유가 없는데, 공부가 될 리가 있나요?
아무 이유 없이 철봉에 10분 동안 매달려보라고 하면, 여러분은 매달릴 수 있나요?
공부는 "그냥 해야 하니까" 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공부가 무의미한 반복에 불과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공부에서 의무감 외에 어떤 것도 찾지 못하는 사람은
공부를 오래 할 힘도, 잘 할 능력도 없게 됩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공부 그거, 엉덩이 싸움 아닙니다.
이 말은 옛날에 공부 못 하면 사람 취급도 안 해주고, 무작정 이유 없이 때리던 시대에나 통하는 말이죠.
오히려, 자신이 엉덩이를 붙여야 할 이유를 납득시키는 싸움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정말 의대말고 아무것도 안 보이는 사람이라면, 스스로에게 다시 질문해보세요.
"난 엉덩이 붙일 이유가 있나?"
그 이유가 진정으로 여러분 스스로를 납득시킬 수 있는 이유라면, 의자에 계속 엉덩이 붙일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조금만 공부하고 나면 금방 공부가 질리고, 따분하고, 지긋지긋하다고 느껴진다면,
여러분이 얘기하는 그 이유는 스스로를 납득시키지 못하는 이유인 겁니다.
"의대에 가야 하니까!" 이런 게 대표적이죠. 이런 이유로는 공부 의지 3일도 못 갑니다.
본인이 의대에 가야 하는 이유를 다시 납득시키셔야 합니다.
[SongT's PDF] Past: 왜 당신은 질문하지 않나요
#4
진짜 바뀌고 싶은 게 맞다면, 여러분의 말이나 행동은 달랐을 겁니다.
저 같은 경우, 화학 중간고사에서 4등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과 인원수가 63명이라 3등까지만 1등급인데, 4등이니 2등급인 거죠.
전 그때 뭐했냐면, 제 시험지부터 다시 들여다봤습니다.
솔직히 아깝더라고요, 3개 틀렸는데 2등급이라서. 조금만 더 잘하면 1등 할 수도 있었을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생각을 고쳤습니다. 어쨌든 내가 시험장에서 몇 번을 들여다봐도 내 오류를 못 잡아낸 것이니까
변명해봤자 결과는 나온 거였으니까요.
그런데 기말고사 범위에 화학 반응과 양적 관계가 포함되어 있어서, 내가 100점 받으면 되는 거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시험지 펴 놓고 문제 하나하나 출처 찾았습니다.
인터넷으로 문제 쳐가며 선생님께서 어떤 그림을 활용하여 문제를 낸 것인지 찾아보고,
인터넷으로 나오지 않는 문제는 교보문고에 들어가서 화학 문제집이란 문제집은 다 들여다보고 해서
문제 하나하나 출처 다 찾아냈습니다.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고요.
그 뒤로 화학 수업이 끝나면, 그것과 관련된 학력평가 문제를 10년치 모아서 풀었던 것 같습니다.
고3 문제야 뭐 기출문제집 같은 거 있었는데, 고2 학력평가 문제는 책으로도 안 나와서
일일이 파일 하나하나 뒤져가면서 모아가며 풀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가 자주 실수하는 것들, 함정으로 나오는 것들에 대한 데이터를 모두 모은 채 시험장에 들어갔고,
하필 기말고사가 어렵게 나오는 바람에 저는 2등과의 격차를 10점 넘게 벌린 상태로
화학 1등급을 다시 받아냈습니다.
여러분이 정말로 성적을 바꾸고 싶다면, 이때까지 성적이 안 나왔던 이유를 생각해보셔야 합니다.
이때까지 공부를 열심히 안 했던 것 같다면, 앞에서 얘기했듯 내가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부터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도 성적이 안 나왔다면, 내 시험지부터 다시 들여다보면서
내 공부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의 문제를 스스로 직면해서 원인을 찾아내려고 하지 않은 채
'뭐 비법 같은 거 없나' 생각하지 마세요. 그런 거 있었으면 벌써 제가 글로 다 썼거나, 그거 가지고 돈 왕창 벌었을 겁니다.
"진짜 열심히 할 거다" 생각하지 마세요, just do it!

+α)
이거는 지금까지 한 얘기와는 약간 벗어나는 이야기입니다.
가끔 하나의 전형만 바라보고 입시 준비하는 학생들이 보여서 걱정되는 마음에 하는 얘기입니다.
한 전형만 바라보고 입시 준비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교과 전형만 바라보고 입시 준비하게 되면, 나중에 정시를 선택당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여러분이 교과 전형만 바라본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교과 전형을 준비한다는 여러분들의 마음 속에는 "학종을 준비하기에는 학교가 해주는 것도 없고,
세특도 남들과 비교해서 별 차이도 없어 보이고, 공부하기도 바쁜데 생기부까지 어떻게 챙겨.
그냥 성적만 잘 받아서 최저 빡센(최저 없는) (지역)교과 넣자"라는 생각이 대부분 있을 겁니다.
자, 이게 왜 쉽지 않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실 얘기 좀 해볼까요?
고려대 의대 학교추천 전형 내신 컷이 1.2~1.3 정도 잡힙니다.
고려대 의대의 최저는 4합 5고요,
심지어 저건 생기부 평가 점수 20% 반영해서 저렇게 컷이 잡힌 겁니다.
최저가 4합 5, 가장 세디 센 고대 의대에서 컷이 이 정도 잡힌 겁니다.
가톨릭대 교과 전형에서는 최저 4합 5 + 과탐 Ⅱ과목 필수까지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1.1이 떨어졌습니다. 70% cut은 1.03이었고요.
무슨 말이냐면, 1.1X, 1.2X대 내신은 최저 4합 5까지 끼고도 넘쳐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제 최저 높은 의대는 내신 낮다는 얘기도 옛말이 된 겁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의대를 수시로 가고 싶다면, 1.0 받을 자신이 있는 학생이 아니고서야
종합전형을 함께 준비하는 것이 좋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나에게 편하게 다가오는 전형은 누구에게나 편하게 다가옵니다.
그러나 의대는 평범한 사람들은 갈 수 없습니다. 뭔가 뛰어난 나만의 강점이 있어야 합니다.
지금 당장 생각해보세요. 대학에서 어떤 학생을 뽑고 싶을지를요.
그리고 대학에서 무엇을 믿고 나를 뽑을지를 생각해보세요. 그러면 문제는 간단해집니다.
[SongT's FAQ] 의대 '입시'에 관하여(1) - 대학 vs. 학생
고민에 빠져있는 여러분이 지금보다는 더 좋은 질문을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질문 있으시면 언제든지 댓글로 남겨주세요.
안녕하세요. 메디친에서 대학생 멘토로 활동하고 있는 SongT입니다.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좀 바빠서 잘 들어오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올린 질문들을 또 읽어보면서 제가 할 얘기가 몇 가지 생긴 것 같습니다.
#1
우선 바뀌고 싶다는 건 좋습니다. 여러분이 어떤 문제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어떤 글을 읽다 보면, 그 사람이 바뀔 의지가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바뀌고 싶다고 얘기는 하는데, 여러분이 마주해야 하는 문제는 피해간 채, 다른 것들만 묻고 있을 때가 있습니다.
무슨 얘기냐고요?
고1 때까지는 성적이 잘 나왔는데, 고2가 되어서 갑자기 성적이 떨어진 학생이 있다고 해봅시다.
고1 때까지는 공부를 대충 해도 성적이 잘 나왔는데, 고2가 되어서는 밥 먹고 공부만 해도 성적이 안 나온다고 합니다.
이 친구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역시 공부를 적당히 해야 성적이 잘 나오는 걸까요?
아뇨. 이 친구는 중학교 생활이 어땠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겁니다.
분명 이 친구는 중학교 때 남들보다 열심히 공부했을 겁니다.
그 열심히 공부했던 뇌 용량을 가지고 고1을 살아온 거죠. 그러니까 고1은 편하게 살아도 성적이 잘 나왔을 겁니다.
그런데 이 친구는 고1 때 다른 고1들보다는 열심히 안 했을 겁니다.
그러니 고2 때는 자신이 중학교 때 했던 노력을 다른 친구들이 이미 다 따라간 상태가 되어 버린 거죠.
여러분이 잊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있습니다. 내신은 어쨌든 경쟁입니다.
남들보다 성적이 더 잘 나오고 싶다면, 적어도 남들 하는 만큼, 아니 그 이상을 해야 하는 겁니다.
정말로 여러분이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성적이 안 나왔다면,
여러분이 이때까지 공부를 어떻게 해왔는지부터 얘기했을 겁니다.
"나 진짜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 자신할 수 있는데요"라고 얘기하는 건 허울에 불과하죠.
저렇게 말하는 친구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보다 성적이 좋은 친구들이 어떻게 공부해왔는지 들여다 볼 생각은 했나요?
[SongT's PDF] Past: 약간의 광기
#2
성적이 바뀌고 싶다고요? 이때까지 무엇을 했길래요?
남들이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지 알아볼 생각은 하지 않으면서,
의대를 갔던 여러분의 선배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자신이 하고 있는 공부에 몰입했는지,
어떻게 그렇게 몰입할 수 있었는지 궁금해하지는 않으면서,
무슨 비법 같은 거 있는 거 아니냐고요? 그냥 머리가 똑똑해서, 자기가 잘나서 그런 거 아니냐고요?
그러면 공부 같은 거 왜 합니까. 비법 알아내면 되고, 머리 똑똑하면 되는 것을.
여러분을 비난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의 질문 속에는 여러분의 다음 행동을 결정지어버리는 무시무시한 힘이 있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거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대치동에서 무슨 엄청난 공부 잘하는 비법 알아서 그런 거 아니냐고 묻는 학생들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학생들은,
'공부 잘하는 비법' 그거에 매몰되어서
자신이 알고 있는 거 가르쳐주는 선생님은 쉽게 무시해버리고,
문제 빨리 풀어내는 방법 알려주시는 선생님에는 그렇게 환호하고,
대치동 1등급들이 풀었다는 문제집에, 들었다는 선생님에 열광하며 듣다가,
결국 돌아돌아 N수 하고 한참이 지나서야 '아, 그런 거 없구나'하고 깨닫게 됩니다.
거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머리가 똑똑해서, 원래부터 잘난 사람이라서 그런 거 아니냐고 묻는 학생들은,
공부를 열심히 하려는 시도조차 안 한채, 실패에 대한 역치만 무지하게 낮아져서
조금만 뭐 안 된다 싶으면 "역시 난 머리가 돌덩이라서 안 되나봐"하고 자신을 비하하고,
그렇게 비하하면서 패배감, 허무함만 자리잡은 채로 세상에 대한 원망을 쌓아가게 됩니다.
'성적이 바뀌고 싶다'는 욕망을 얘기할 때, 제발 그 뒤에 숨어있는 자신의 문제점부터 깊게 들여다 보세요.
여러분이 성적을 바꿀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었다면,
"나 이제부터 진짜 열심히 할 건데요, 뭐부터 하면 되나요?"라는 식으로는 질문하지 않았을 겁니다.
"이제부터 진짜 열심히 해야지." 이런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죠. 그래서 무엇을 하실 건가요?
그게 준비되어 있지 않은데, 어떻게 열심히 할 수 있습니까.
[SongT's PDF] Problem, so what?
#3
"공부는 엉덩이 싸움이다."
언제부터 내려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역사와 전통만큼은 유구한 이 말이 있습니다.
저는 저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내가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공부해야 할 이유가 없는데, 공부가 될 리가 있나요?
아무 이유 없이 철봉에 10분 동안 매달려보라고 하면, 여러분은 매달릴 수 있나요?
공부는 "그냥 해야 하니까" 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공부가 무의미한 반복에 불과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공부에서 의무감 외에 어떤 것도 찾지 못하는 사람은
공부를 오래 할 힘도, 잘 할 능력도 없게 됩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공부 그거, 엉덩이 싸움 아닙니다.
이 말은 옛날에 공부 못 하면 사람 취급도 안 해주고, 무작정 이유 없이 때리던 시대에나 통하는 말이죠.
오히려, 자신이 엉덩이를 붙여야 할 이유를 납득시키는 싸움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정말 의대말고 아무것도 안 보이는 사람이라면, 스스로에게 다시 질문해보세요.
"난 엉덩이 붙일 이유가 있나?"
그 이유가 진정으로 여러분 스스로를 납득시킬 수 있는 이유라면, 의자에 계속 엉덩이 붙일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조금만 공부하고 나면 금방 공부가 질리고, 따분하고, 지긋지긋하다고 느껴진다면,
여러분이 얘기하는 그 이유는 스스로를 납득시키지 못하는 이유인 겁니다.
"의대에 가야 하니까!" 이런 게 대표적이죠. 이런 이유로는 공부 의지 3일도 못 갑니다.
본인이 의대에 가야 하는 이유를 다시 납득시키셔야 합니다.
[SongT's PDF] Past: 왜 당신은 질문하지 않나요
#4
진짜 바뀌고 싶은 게 맞다면, 여러분의 말이나 행동은 달랐을 겁니다.
저 같은 경우, 화학 중간고사에서 4등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과 인원수가 63명이라 3등까지만 1등급인데, 4등이니 2등급인 거죠.
전 그때 뭐했냐면, 제 시험지부터 다시 들여다봤습니다.
솔직히 아깝더라고요, 3개 틀렸는데 2등급이라서. 조금만 더 잘하면 1등 할 수도 있었을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생각을 고쳤습니다. 어쨌든 내가 시험장에서 몇 번을 들여다봐도 내 오류를 못 잡아낸 것이니까
변명해봤자 결과는 나온 거였으니까요.
그런데 기말고사 범위에 화학 반응과 양적 관계가 포함되어 있어서, 내가 100점 받으면 되는 거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시험지 펴 놓고 문제 하나하나 출처 찾았습니다.
인터넷으로 문제 쳐가며 선생님께서 어떤 그림을 활용하여 문제를 낸 것인지 찾아보고,
인터넷으로 나오지 않는 문제는 교보문고에 들어가서 화학 문제집이란 문제집은 다 들여다보고 해서
문제 하나하나 출처 다 찾아냈습니다.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고요.
그 뒤로 화학 수업이 끝나면, 그것과 관련된 학력평가 문제를 10년치 모아서 풀었던 것 같습니다.
고3 문제야 뭐 기출문제집 같은 거 있었는데, 고2 학력평가 문제는 책으로도 안 나와서
일일이 파일 하나하나 뒤져가면서 모아가며 풀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가 자주 실수하는 것들, 함정으로 나오는 것들에 대한 데이터를 모두 모은 채 시험장에 들어갔고,
하필 기말고사가 어렵게 나오는 바람에 저는 2등과의 격차를 10점 넘게 벌린 상태로
화학 1등급을 다시 받아냈습니다.
여러분이 정말로 성적을 바꾸고 싶다면, 이때까지 성적이 안 나왔던 이유를 생각해보셔야 합니다.
이때까지 공부를 열심히 안 했던 것 같다면, 앞에서 얘기했듯 내가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부터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도 성적이 안 나왔다면, 내 시험지부터 다시 들여다보면서
내 공부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의 문제를 스스로 직면해서 원인을 찾아내려고 하지 않은 채
'뭐 비법 같은 거 없나' 생각하지 마세요. 그런 거 있었으면 벌써 제가 글로 다 썼거나, 그거 가지고 돈 왕창 벌었을 겁니다.
"진짜 열심히 할 거다" 생각하지 마세요, just do it!
+α)
이거는 지금까지 한 얘기와는 약간 벗어나는 이야기입니다.
가끔 하나의 전형만 바라보고 입시 준비하는 학생들이 보여서 걱정되는 마음에 하는 얘기입니다.
한 전형만 바라보고 입시 준비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교과 전형만 바라보고 입시 준비하게 되면, 나중에 정시를 선택당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여러분이 교과 전형만 바라본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교과 전형을 준비한다는 여러분들의 마음 속에는 "학종을 준비하기에는 학교가 해주는 것도 없고,
세특도 남들과 비교해서 별 차이도 없어 보이고, 공부하기도 바쁜데 생기부까지 어떻게 챙겨.
그냥 성적만 잘 받아서 최저 빡센(최저 없는) (지역)교과 넣자"라는 생각이 대부분 있을 겁니다.
자, 이게 왜 쉽지 않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실 얘기 좀 해볼까요?
고려대 의대 학교추천 전형 내신 컷이 1.2~1.3 정도 잡힙니다.
고려대 의대의 최저는 4합 5고요,
심지어 저건 생기부 평가 점수 20% 반영해서 저렇게 컷이 잡힌 겁니다.
최저가 4합 5, 가장 세디 센 고대 의대에서 컷이 이 정도 잡힌 겁니다.
가톨릭대 교과 전형에서는 최저 4합 5 + 과탐 Ⅱ과목 필수까지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1.1이 떨어졌습니다. 70% cut은 1.03이었고요.
무슨 말이냐면, 1.1X, 1.2X대 내신은 최저 4합 5까지 끼고도 넘쳐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제 최저 높은 의대는 내신 낮다는 얘기도 옛말이 된 겁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의대를 수시로 가고 싶다면, 1.0 받을 자신이 있는 학생이 아니고서야
종합전형을 함께 준비하는 것이 좋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나에게 편하게 다가오는 전형은 누구에게나 편하게 다가옵니다.
그러나 의대는 평범한 사람들은 갈 수 없습니다. 뭔가 뛰어난 나만의 강점이 있어야 합니다.
지금 당장 생각해보세요. 대학에서 어떤 학생을 뽑고 싶을지를요.
그리고 대학에서 무엇을 믿고 나를 뽑을지를 생각해보세요. 그러면 문제는 간단해집니다.
[SongT's FAQ] 의대 '입시'에 관하여(1) - 대학 vs. 학생
고민에 빠져있는 여러분이 지금보다는 더 좋은 질문을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질문 있으시면 언제든지 댓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