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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의대생활[SongT's PDF] Daily: 예과생의 전공 공부 루틴

SongT
2023-01-23
조회수 658

안녕하세요. 메디친에서 대학생 멘토로 활동하고 있는 SongT입니다.

오늘은 제가 했던 전공 공부 루틴에 대해서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예과생도 부류가 있습니다.

1) 동아리나 학생회 활동을 열심히 하고, 전공 공부는 저공비행하는 학생

2) 동아리나 학생회 활동은 소극적인데, 전공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

3) 다른 전공 공부에 소질을 찾아서 다른 전공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

4) 교수님 연구실로 들어가 연구 활동을 열심히 하는 학생

등이 있습니다.

* 저공비행: 유급을 면할 정도로 아주 기본적인 것만 공부하는 것


저는 그 중에서 2)에 제일 가까웠습니다. 

장학금 문제 등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고요, 저는 그냥 제 전공 공부를 (현재까지는) 좋아하고 있기도 합니다.

저 같은 사람이 어떻게 전공 공부를 했는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1 수업을 열심히 듣는다

교수님의 PPT는 천차만별입니다.

PPT에 영어와 그림 + 밑줄에 강조까지 해주시는 친절하신 교수님부터

제목과 그림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PPT까지

교수님의 스타일대로 PPT는 정말 천차만별의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일단 PPT를 확인하고, 수업을 열심히 듣습니다.

강의실에 노트북과 태블릿을 주로 들고 가게 되는데요,

노트북으로 교수님 말씀을 빠르게 타이핑하고 태블릿으로 추가적인 필기나 녹음을 하게 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뭐 이렇게 써두었습니다.

왼쪽 그림이 PPT 내용이고, 오른쪽 글자가 그 그림에 해당하는 필기 내용입니다.

빨간색은 수업을 들으면서 쓴 내용이고, 파란색은 수업 후에 자습하면서 찾은 내용을 덧붙인 것입니다.


#2 정리본 만들며 채우기

빨간색 내용으로 우선 필기를 하고 나면, 빨간색을 쭉 읽어봅니다.

그러면 수업 내용이 처음부터 끝까지 생각이 나야 수업을 제대로 들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갑자기 필기했던 내용이 왜 있는지 모르겠거나, 필기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을 때는

우선 녹음본을 다시 듣습니다. 그래도 이해가 안 되면 교과서를 찾아보고,

그래도 이해가 안 되면 인터넷으로 검색합니다.

저 위에 있는 그림에서는 제가 APC가 무엇인지 몰라서 인터넷을 찾았고,

Adenomatous Polyposis Coli gene이라는 이상한 영문명과 함께,

APC가 왜 APC인지는 몰라도 된다는 결론을 얻은 것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영어로 이야기하면 이해가 매우 느려지는 토종 한국인이기 때문에(...)

PPT에 있는 영어는 다 한글로 바꾸어서 정리본을 만드는 편입니다.

이 과정에서 시간이 매우 많이 소모됩니다. 

그래도 시험 기간에 부랴부랴 이해 안 된 내용 찾아보는 것보다는 백만 배 낫다고 생각해서 하고 있습니다.


교과서는 대충 이렇게 생겼습니다.


영어가 빼곡해서 눈물이 날 지경인데, 대부분의 교과서는 한글 번역본이 없거나

한글 번역본이 있더라도 번역이 정말 엉망진창이라 차라리 원문을 읽는 게 더 빠른(...) 수준입니다.

결론은 번역본이 없다고 생각하고 공부해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정리본을 만들면서 (제가 이해가 잘 되게) 한글로 번역하는 작업을 거칩니다.

2시간 30분 수업에서 PPT가 평균 80장, A4 용지로 환산하면 25페이지 정도의 분량을 나가게 됩니다.

이런 수업을 하루에 두 번 나가니, 하루에 50페이지가 쌓이는 거죠.

(다행인 것은 예과라 수업 내용이 본과에 비해 그닥 어렵지는 않고, 

전공 수업이 일주일에 3일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3 정리본 읽고 소화하기

빼곡한 타이핑을 거치고 나면, 제가 만든 정리본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수업이 재생될 수 있는지 확인합니다.

머리 속으로 쭉 하나의 그림이 펼쳐지듯, 물 흐르듯 설명이 이어질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저는 제 방에서 혼자 쭉 설명해보기도 합니다. 

이렇게 해보면 어디에서 무엇을 이해 못했는지 확인할 수 있어 좋습니다.

이렇게 해서 정리본에 있는 내용을 나의 지식으로 소화합니다.


#4 기출문제 풀어보기 / 문제 만들기

오늘 수업을 나간 내용을 가르치신 교수님이 작년에도 그 내용을 가르치셨다면,

기출문제를 푸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업에서 강조하신 포인트와 기출문제의 포인트가 매우 달라 혼돈을 주시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기출문제를 풀어보면서 어떤 내용에 대한 학습이 부족했는지 찾아보게 됩니다.

저공비행을 하는 친구들의 경우 기출문제 답만 열심히 외우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내용을 가르치신 교수님이 바뀌신 경우 기출문제는 무용지물이 됩니다.

이때는 눈물을 머금고 문제가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따져가며 문제를 만들기도 합니다.


제가 만든 문제의 예시입니다. 문제를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은 정리본이나 PPT에 빈칸을 뚫어서

정리본이나 PPT의 내용을 거의 외우다시피 하는 것입니다.


#5 언제까지 하는가?

원래는 제가 당일복습을 목표로 했었습니다...만

보통은 과제가 있는 날은 과제를 하느라 당일복습이 안 되기 때문에

보통 하루 치 수업을 완성하는데 2~3일 정도가 걸립니다. 주말까지 열심히 써서 #1~#4까지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점심시간에는 거의 카페로 와서 오후 수업 전까지 오전 수업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거의 뭐... 징그럽게 공부만 하고 살았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갑자기 쏟아지는 영어 PPT와 팀플에 치여서 한 학기가 가 버린 것 같네요.


#6 그럼에도 이걸 계속 했다는 건

과외 학생들이 저보고 하는 말은 주로 독하다, 징그럽다 이런 말들인데요,

제 정리본을 보면서, 사람뼈 외우기 같은 것들을 볼 때 

"도대체 왜 예과인데 공부를 하나요", "선생님은 대체 언제 쉬나요"

이런 질문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저도 그 질문 받고 계속 생각해봤는데, 제가 이걸 계속 할 수 있는 이유는

제가 의학 공부를 재밌어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제가 좋아하는 과목도 있고, 싫어하는 과목도 있습니다만,

저는 항상 어떤 과목들을 공부할 때, 이게 언제 어디서 쓰이는지,

이 학문을 연구하시는 분들은 이 학문에서 어떤 재미를 느끼셨길래 연구를 계속 하시는 건지

그런 것들을 열심히 생각해보려고 하는 편입니다. 

그런 포인트를 저도 같이 발견했을 때 저도 재미를 느끼고요.

교과서의 딱딱하게 쓰인 언어들이 연구자의 관점에서 거꾸로 읽어질 때,

교수님의 그 과목을 향한 애정, 사랑, 또는 집착이 저에게 전해지고 느껴질 때,

계속해서 그 방대하고, 지루하고, 따분한 것들을 공부할 수 있는 재미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지금 하고 있는 공부에서 그런 것들을 느껴볼 수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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