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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칼럼[PSTP] 2024 수능을 위한 수학 교과서

황준규
2023-02-19
조회수 686


'위기는 아득한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당장 이 순간에 있다.' - 김수영



수능은 애초에 수학능력(scholastic aptitude), 즉 학문적 능력을 측정합니다.

지금의 학부형 세대들은 대학 진학율이 폭발적으로 높아진 첫 세대이지만

그만큼 대학 교육 자체가 부실했을 때의 세대라서, 학문적 능력 시험, 더 흔한 말로 '사고력 테스트'라는 게 무엇인지

겪어 보지 못 했어요.  그저, 이 문제집 다음에 저 문제집

이렇게 하다 보면 수능 준비를 하고 있는 걸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녀를 잘못 지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학문적 능력의 가장 중요한 지점은

'학'이고 '문'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학(學)은 배운다는 것입니다.

누군가 배운다는 것은 누군가 가르친다는 걸 전제할 수밖에 없습니다.

'학'하지 않고도 문제풀이 유형암기를 반복하면서

'학'적인 능력이 커지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자습시간이 중요하지 않느냐고요?

물론 중요하지요. 그런데,  자습의 습(習)은 익히는 것입니다.

배운 것을 익히지 못할 수는 있어도

배우지 않은 것을 익힐 수는 없습니다.

익힐려면 먼저 배워야 합니다.  그게 학습입니다.

자습(自習)이란 말은 있어도 자학(自學)이란 말은 없습니다.  그게 그 이유에요.


문(問)은 묻는다는 것입니다.  '학문'의 문은 文이 아닙니다.

배움의 대상은 객관적인 지식이고 보편적인 태도이겠지만

어떤 지적 내용이건 태도이건 배우고 나면

그 개인의 기존의 지식과 충돌하기 마련이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의문이 생겨납니다.

그래서 모든 지식은 객관적이면서

한편으로 모든 지식은 주관적인 것입니다.

무엇을 잘 배웠다는 것은 아무 물음도 생기지 않았다는 것이 아닙니다.

무엇을 잘 배웠다는 것은 배우기 전보다 더 높고 더 넓은 물음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니, 자신의 강의가 설령 좀 인기가 있다고 하더라도

학생의 질문을 듣지 않으면서 학생이 배우길 바라는 선생은 오만한 것입니다.

선생의 수업이 귀에 쏙쏙 들어왔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의문을 품고 그것을 질문하고 해소하지 않으려는 학생은 안일한 것입니다.


지난 한 세대 동안,

한국은 공교육의 시스템이 더 갖추어졌습니다.

거기에는 좋은 장점이 있습니다.

더 이상 그 과목의 기본적인 내용조차 모르는 선생이나

학생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는 선생

삼십년 전에 전국 학교에 흔했던 그런 선생을 찾기 힘듭니다.


사교육도 더 산업화하면서 시스템이 더 갖추어졌습니다.

거기에는 좋은 장점도 있습니다.

더 이상 오개념이나 교육과정 외의 것을 

유명하다고 좋은 대학 나왔다고

잘 하는 애들이 많은 학원의 선생이라고

삼십년 전에 전국 학원에 흔했던 그런 선생을 찾기 힘듭니다.


그러나, 모든지 지나치면 좋지 않습니다.

공교육이건 사교육이건

시스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문제가 됩니다.

시스템은 효율을 추구합니다.

시스템은 개별 선생이 빠지건 들어오건 변함없는 걸 추구합니다.


인강 업체들은 

학생의 질문에 선생이 아니라 '조교'가 대답하는 걸 무슨 시스템으로 홍보해 왔습니다.

이제는 오프라인 대형 학원들도

학생의 질문에 선생이 아니라 '조교'가 대답하는 걸 질문 시스템이라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학문'의 뜻을 생각하면

'학'을 촉발한 자가, '문'을 받아 주는 건 교육의 기본입니다.

그러니, 선생은 자기가 질문을 받아 주지 못할 정도의 규모의 학생을 가르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건, 인기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건, 선생이 선생으로 남아 있을 최소한의 필요조건입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겁니다.

시스템을 맹신하지 마세요.

결국, 배우고 깨달아 익혀서 시험장에서 문항과 싸울 사람은

학생 당신 자신이고

당신 혼자입니다.


학생들에게 인정 받을 좋은 강의를 하는 거 선생한테는 중요합니다.

허나, 여러분은 특정 선생의 팬이 되지 마세요.


안정적인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공교육의 관료들이나 사교육의 운영진들의 중요한 업무이고

교육 전체의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입니다.

허나, 여러분은 학교나 학원 시스템의 수동적인 소비자로 그치지 마세요.


교육학자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 있습니다.

모든 교육은 궁극적으로 교실에서 벌어집니다.

모든 교육은 선생과 학생의 상호작용에서 벌어집니다.

시스템 소중하지만, 모든 것은 선생과 학생의 상호작용을 돕기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수학교육학자  J.Bishop은 'Mathematical Enculturation'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The more the ‘system’ strives for efficiency,

 then, the more it will try to control, 

and ultimately the less it will educate."


"시스템이 효율을 찾아 애를 쓰면 쓸수록

 그 결과 점점 더 시스템은 통제를 하려 들고

 그러니, 궁극적으로 점점 덜 가르치고 덜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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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들이 수험생 보라고 써놓은 책은 교과서 밖에 없습니다.

평가원을 포함하여 수학교육학계의 모든 교육과정과 평가의 논의는

현행의 교과서에서 시작해서

다시 다음에 만들어야 할 교과서로 돌아옵니다.

여러분의 책꽂이에 교과서가 없는 것은 실로 이상한 일입니다.


교과서를 어떻게 보냐고, '교과서 학습법'은 뭐냐고 묻지 마세요.

교과서는 아무 때나 찾아 보는 겁니다.

수학을 배우고 익히면서 스스로 의문이 생겼을 때 말이에요.


자신의 생각에 주인이 되세요.

노예가 얻을 수 있는 수능점수는 생각보다 낮습니다.



 


교과서마다 대표저자의 방향이 다르고

교과서마다 디테일의 완성도가 다릅니다.


제가 올해 추천하는 교과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2024  수능 수학에 어울리는 교과서]

대상

종류

추천

모든 학생

『고등학교 수학Ⅰ』

금성출판

『고등학교 수학Ⅱ』

미적분 선택자

『고등학교 미적분』

신사고

『고등학교 수학』

기하 선택자

『고등학교 기하』

신사고

『고등학교 수학』

확률과 통계 선택자

『고등학교 확률과 통계』

비상교육

『고등학교 수학』



여러분이 알다시피,

수능은 직접출제범위가 교과서 3권 (수I, 수II + 선택과목)이지만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수학(속칭 수(상)(하))까지가 간접출제범위입니다.

간접출제범위의 마지막 부분인 고등학교 수학(상)(하)는 마치 직접출제범위처럼 생각하면 좋습니다.

(교과서 구입은 시내 대형 서점보다, 한국 검인정교과서협회(http://www.ktbook.com)에서 구매하는 게 가장 편합니다.)


.....................


재수반 정규반이 시작되려 합니다.

저도 곧 새 학생들을 만나게 되겠지요.


Blas de Otero의  글귀를 옮겨 보려 합니다.




"삶은 붉은 生肉을 주었기 때문에

  (오, 신이여!  피는 언제나 붉소이다)


  나는 말하노라

  살라고, 

  이 세상에 쓸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남을 수 없게 되어 있는 듯이 살라고.


  神은 지나가는 바람처럼 당신을 쓰느니

   

  나는 말하노라  살라고, 

 등자쇠 위에서 도전하라고

 

  오, 나는 난폭하게 살리라

  나는 자랑스럽게 죽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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